인지적 오류의 종류와 철학적 배경
인지적 오류는 인지치료에서 치료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사고적인 고장 혹은 오류입니다. 인지치료의 탄생과 발전에는 어떤 철학적 배경이 있었는지와 인지적 오류에는 어떤 종류들이 있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인지치료에 근간이 된 철학
인지치료에 영향을 준 철학에 대해 공부하면 인지치료의 발달과정과 이론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인지치료는 다양한 철학과 심리학 개념에 기초하고 있는데요, 인지치료의 창시자인 Aaron Beck은 특히 스토아 철학을 인지치료의 철학적인 근간으로 여겼습니다. 스토아 철학은 고대 그리스 시대에 발달했으며, 개인의 이성(Reason)과 주관적인 경험을 중시했습니다. 스토아의 유명한 철학자 중 하나인 Seneca는 인간은 열정(Passion)이 이성(Reason)을 앞설 때 고통스러운 삶을 살게 된다는 가르침을 남기기도 했고, 스토아의 또 다른 유명한 철학자인 Epictetus는 인간이 고통을 느끼는 것은 객관적인 현실이나 사실이 아니라 그 현실이나 사실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견해를 형성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Seneca의 가르침은 그만큼 우리의 삶에서 이성(Reason)을 바로 세우고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하고, Epictetus의 가르침은 우리의 '경험'이 객관적으로 프로세스 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우리가 스스로의 인지체계에 따라서 경험을 지극히 '주관적으로' 받아들이고 해석하게 된다는 걸 지적하고 있습니다.
스토아 철학 이후에도, 여러 철학자들이 이성(Reason)과 개인의 주관적인 경험에 많은 관심을 보여왔으며, 그와 함께 인지치료도 발전해 왔습니다.
인지치료에서는 인간의 부적응 행동이나 정신병리적인 증상이 나타나는 이유가 개인의 사고에 문제가 생기고 비이성적이거나 비논리적인 생각이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이와 같은 관점은 헬레니즘에 기초한 합리주의와 이성주의와 밀접한 연관을 보여줍니다. Aaron Beck은 원초아의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특성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자아로 대체했을 때 부적응과 정신병리 증세를 이상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인지치료는 심리교육적 모델에도 영향을 받았는데요, 인지치료는 내담자의 문제를 치료자가 알아서 해결해 주는 개념이 아니라, 내담자 스스로 자신의 문제와 상태를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사고와 행동을 교정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배가 고프다고 언제까지나 밥을 숟가락으로 떠먹여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숟가락이나 젓가락을 쓰는 방법을 익히고 혼자 밥을 먹을 수 있도록 가르치고 알려주는 것처럼, 인지치료도 내담자에게 교육을 통한 발전과 문제해결 방법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인지적 오류의 종류
'인지적 오류(Cognitive)'는 일상에서 정보를 처리할 때 체계적으로 나타나는 오류 혹은 왜곡으로서, 현실을 부정적으로 해석하거나 왜곡하는 식으로 나타나며, 인지적 왜곡(Cognitive Distortion)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인지적 오류는 인지적 과정(Cognitive Process)에 문제가 생김으로써 나타나는 결과인데, Aaron Beck에 따르면 정신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다음과 같은 인지적 오류의 종류들이 관찰된다고 합니다.
잘못된 명명(Mislabelling)
'잘못된 명명'은 누군가의 특징이나 특성 혹은 행동을 설명하거나 기술함에 있어서 과장을 심하게 한다거나 극단적인 명칭 등을 사용하는 인지적인 오류입니다. 예를 들자면, 학교에서 시험이 어려워서 대체적으로 평소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는데 자신을 자책하며 '나는 아무 쓸모도 없어', '나는 인간말종이야'와 같이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흑백논리적 사고(All or Nothing Thinking)
'흑백논리적 사고'는 일상의 경험이나 대상에 대해 극단적인 이분법(Dichotomous Thinking)을 적용하는 심리적, 인지적인 오류를 뜻합니다. 예를 들면, 자신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친구'이거나 '적'이라고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사실은 '친구'도 아니고 '적'도 아닌, 그 사이의 애매한 관계가 훨씬 더 많을 수 있는데, '흑백논리적 사고'가 강하다 보면 그런 사실을 알아차리거나 인정하는 것을 어려워하게 됩니다.
과잉일반화(Overgeneralization)
'과잉일반화'는 극히 제한된 경험을 바탕을 일반화하여 그 제한된 경험과 상반되거나 관련이 없는 상황에서도 그 일반화한 결론을 신봉하고 적용하고자 하는 인지적인 오류입니다. 예를 들면, 기차가 연착되거나 해서 약속시간에 늦은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게으르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라고 일반화하고 그 뒤로는 그 친구와 절대 약속을 잡지 않는다면 '과잉일반화'의 오류에 빠진 것입니다. 혹은 어떤 일에 도전을 했는데 한번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고 해서 '나는 절대 성공할 수 없어', '나는 안 되는 사람이야'라는 식으로 부정적인 경험을 과도하게 일반화한다면 역시 과잉일반화에 해당합니다.
개인화(Personalization)
'개인화'는 일상에서 자신과 전혀 관련이 없이 발생하는 사건들을 자신과 관련지어 생각하는 인지적인 오류를 뜻합니다. 이는 평소 스스로에 대한 생각이나 자존감 등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평소에 자신의 외모나 옷차림에 대해 자신감이 없고 열등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매장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려는데 옆에서 웃음소리가 들렸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비웃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아이스크림을 사지 않고 매장에서 나와버렸다면, 이는 '개인화(Personalization)에 해당하는 인지적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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