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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긍정적 정신건강 모델과 정신건강

by 호랑소울 2024. 4. 21.

썸네일. A picture of a depressed man

긍정적 정신건강 모델과 정신건강

긍정적 정신건강 모델은 정신건강의 증진에 있어서 유의미한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현대에 정신건강 문제가 더 심각해지면서 이와 같은 관심은 더욱 커지는 추세입니다.

 

현대의 정신건강 문제와 정신건강 모델 개발의 필요성

인류의 물질문명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현대인의 행복도는 증가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정신장애 유병률은 증가추세에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우울증은 지난 50여 년간 그 유병률이 감소하지 않고 있으며 청소년의 경우에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습니다(Burke & Regier, 1996). 그동안 많은 국가들이 질병모델에 근거한 예방 활동에 막대한 예산을 투여해 왔지만, 정신장애는 결코 감소하지 않고 있으며 일부 장애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반세기 동안 개인소득이 100배 이상 증가했으며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권에 육박하고 있지만 한국인의 행복 수준은 세계의 여러 국가 중 중하위권에 속합니다. 여러 나라의 주관적 안녕을 조사한 연구(Kahneman, Diener, & Schwartz, 1999)에 따르면, 한국은 30개국 중에서 25위였습니다. 세계 10위권에 속하는 경제 규모에 비하면, 한국인의 행복 수준은 현저하게 낮은 편입니다. 더구나 한국인의 자살률, 이혼율, 직장인의 스트레스 수준, 1인당 알코올 소비량, 40대 남성의 돌연사율 등은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입니다. 또한 한국인의 자살률은 세계 1위입니다. 경찰청(2010)의 자료에 따르면 2009년도에 자살로 사망한 사람은 14,579명이며 이는 하루 평균 40명이 자살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인의 13%가 자살을 시도한 바 있으며 30% 이상이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보도되고 있습니다(조맹제, 2010). 가정의 파탄을 의미하는 이혼율 역시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입니다. 통계청(2010)의 자료에 의하면, 2009년 한 해 동안 124,000쌍이 이혼을 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은 입시지옥에서 시달리고 있고, 직장인들은 세계 최고의 노동시간에 허덕이며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장애는 개인의 불행을 초래하는 주된 원인일 뿐만 아니라 국가의 생산성을 저해하는 주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예컨대, 우울증은 전 세계적으로 직업적 부적응을 초래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Lopez & Murray, 1998). 그동안 많은 국가들이 질병모델에 근거한 예방 활동에 막대한 예산을 투여해 왔지만, 정신장애는 결코 감소하지 않고 있으며 일부 장애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지난 세기 동안 정신건강의 치료와 예방을 위한 이론적 기반이었던 질병모델의 한계를 인식하고 새로운 정신건강 모델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긍정적 정신건강 모델

진정한 정신건강은 부적응 증상의 부재 상태를 넘어서 행복하고 자기실현적인 삶을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alph & Corrigan, 2005). 소극적 의미의 건강은 질병이나 장애가 없는 상태를 뜻하지만, 적극적 의미의 건강은 개인이 행복하고 자신의 능력과 환경을 활용하여 최선의 번성한 삶을 사는 것입니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1948)에 따르면, "건강(health)이란 육체적, 정신적 그리고 사회적으로 온전한 웰빙 상태이며, 단순히 질병이나 허약함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p. 100). 최근에는 건강의 개념이 영적인 안녕, 직업적 만족, 환경적 안전 등을 포함할 뿐만 아니라 이처럼 다양한 구성 요소들의 균형과 통합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Adams, Bezner, & Steinhart, 1997; Owen, 1999).


'육체적으로 건강하다'는 것이 질병이 없는 상태일 뿐만 아니라 최선의 신체적 기능 상태를 유지하면서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잘 갖춘 상태를 의미하듯이,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것은 정신장애가 없음을 넘어서 주관적인 안녕과 더불어 최선의 심리적 기능을 발휘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최근에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2005)는 정신건강(mental health)을 "개인이 자신의 잠재 능력을 발휘하고, 삶의 일상적 스트레스에 대처할 수 있으며, 생산적이고 효과적으로 일을 할 수 있고,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웰빙 상태"라고 정의한 바 있습니다.

 

긍정 심리학은 질병모델에 근거한 소극적인 정신건강을 넘어서 적극적인 정신 건강을 지향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정신건강은 결함과 손상의 부재 상태가 아니라 개인의 강점과 능력이 최대한 발현되는 상태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즉, 긍정적 정신건강(positive mental health)이라는 좀 더 적극적인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긍정적 정신건강은 성장과 행복 증진을 통해서 촉진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긍정 심리학은 정신건강에 대해서 심리적 웰빙을 지향하는 성장모델을 질병모델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정신건강의 성장모델(growth model)은 긍정적 정신건강을 지향하며 정신장애의 예방에 초점을 맞추는 '성장-지향적 예방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장모델은 여러 가지 점에서 질병모델과는 다르다. 첫째, 성장모델은 개인의 행복과 자기 실
현을 지향함으로써 긍정적 정신건강을 추구합니다. 부적응적 장애나 증상의 제거라는 소극적인 목표를 추구하기보다 행복과 자기실현이라는 적극적인 목표를 추구합니다. 둘째, 성장모델은 인간의 긍정적 성품과 강점에 초점을 맞춥니다. 질병모델처럼 인간의 결함과 장애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긍정적 성품과 강점에 초점을 맞춥니다. 개인이 지닌 대표 강점과 재능을 발견하고 육성하여 인간관계와 직업 활동을 비롯한 다양한 삶의 영역에서 발휘하도록 지원합니다. 셋째, 성장모델은 정신 장애의 예방에 초점을 맞춥니다. 즉, 성장모델은 정신장애를 지닌 일부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어 행복을 지원함으로써 정신장애의 예방 효과를 거두고자 합니다. 대표강점을 잘 발휘함으로써 긍정 정서를 경험하며 최고의 기능상태에서 의미 있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하게 될 때, 우리는 행복과 긍정적 정신건강을 이루게 됩니다. 이러한 긍정적 상태는 정신장애의 취약성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강화함으로써 정신장애의 발생을 억제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성장모델은 생물 · 심리 · 사회적 모델입니다. 긍정적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신체적 건강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신체적 질병이나 장애가 없음은 물론 활기차게 최고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육체적 건강을 함양하고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개인이 속한 사회적 환경도 매우 중요하다. 가족, 학교, 기업체, 지역사회는 구성원의 행복 증진을 위해서 노력하는 긍정 기관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구성원의 긍정적 성품과 강점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사회 환경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처럼 성장모델은 긍정적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생물학적, 심리학적, 그리고 사회환경적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예방의 주된 초점은 개인의 약점과 결함을 교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강점과 능력을 함양하는 데에 모아져야 합니다. 긍정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강점이 정신 장애의 발병을 억제한다는 것을 밝혀내었습니다(Keyes & Topez, 2002). 일례로, Seligman은 학습된 낙관주의(learned optimism)를 함양함으로써 우울증의 발병률이 감소했음을 입증하였습니다. 그와 동료들(Seligman et al., 1995)은 아동과 성인들에게 학습된 낙관주의의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결함을 교정하는 것이 아니라 낙관주의라는 새로운 삶의 기술을 습득시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의 의미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귀인하도록 변화시켰습니다. 이러한 교육을 받은 아동과 성인 집단은 모두 비교집단에 비해서 우울증의 발병률이 약 50% 정도 감소했습니다. 즉, 개인의 강점을 개발하고 육성함으로써 우울증의 발병을 억제할 수 있었습니다. 21세기에는 정신장애의 예방을 위해서 인간의 강점과 능력을 연구하고 함양하는 데에 많은 노력이 집중되어야 합니다(Bornstein, Davidson Keyes,& Moore, 2003).


정신장애의 치료 역시 증상제거를 넘어서 재발방지에 초점이 모아져야 합니다. Thunedborg, Black 및 Beck(1995)은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들은 우울증 치료를 받고 나서 재발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차이점을 밝히고자 했습니다. 그 결과, 우울증이 재발한 사람들은 치료를 받은 후에 우울증상이 사라졌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중립적인 기분상태에 살아가다가 새로운 좌절이나 실패를 경험하면 다시 우울증상을 나타냈습니다. 반면에 재발하지 않은 사람들은 즐겁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으며 설혹 좌절과 실패를 경험하더라도 이를 잘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즉, 우울증의 재발을 방지하는 것은 증상 제거가 아니라 행복한 삶을 살도록 도움으로써 우울증에 대한 면역력을 길러주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은 점을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습니다. 정신장애에 대한 온전한 치료는 증상 제거를 넘어서 적응 능력과 행복한 삶의 기술을 길러주는 것이어야 합니다.

 

정신건강은 부적응적인 심리적 증상의 부재 상태가 아니라 개인이 긍정적 성품을 발휘하여 행복과 자기실현을 이루는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Seligman의 말처럼, "심리학은 인간의 약점과 장애에 대한 학문만이 아니라 인간의 강점과 덕성
에 대한 학문이기도 해야 한다. 진정한 치료는 손상된 것을 고치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는 최선의 가능성을 이끌어내는 것이어야 한다." 긍정적 성품을 함양하고 발휘하는 것은 개인의 행복을 증진할 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정신건강
을 향상하는 핵심적 요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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